본문 바로가기
생활정보

정관헌에서 커피를 마셨다? 고종의 커피 이야기 속 진실과 오해

by 럭키하우스 2025. 4. 25.
반응형

 

 

정관헌에서 커피를 마셨다? 고종의 커피 이야기 속 진실과 오해

대한제국의 마지막 임금 고종과 커피가 결합된 이미지가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종 황제가 덕수궁 정관헌에서 커피를 즐겼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오늘은 이 오해의 기원을 살펴보고, 실제 정관헌의 역사적·건축적 의미를 함께 알아봅니다.


🌫 오해의 기원: 아관파천과 커피의 첫 만남

1896년, 일본의 압박을 피해 고종은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습니다(아관파천). 이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커피를 맛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커피 경험은 ‘정관헌’이 아니라 당시 머물던 러시아 공사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손탁 여인이 운영하던 정동 ‘손탁호텔(1902)’에서 다방이 열리면서, 왕실 주변에도 커피 문화가 천천히 퍼지기 시작했죠.


🏯 정관헌, 카페가 아닌 ‘어진 봉안소’

많은 이들이 “정관헌은 고종의 커피하우스였다”고 믿지만, 정관헌의 본래 용도는 전혀 달랐습니다.

  • 건립 시기 및 용도
    정관헌(靜觀軒)은 1900년 덕수궁 안에 세워진 서양식 양관입니다. 이곳은 외교 사절을 접견하거나 음악 감상과 다과를 즐기던 장소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역대 왕의 어진(御眞, 초상화)을 모시고 제례를 지내던 신성한 공간이었습니다 
  • 문헌의 부재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공식 문헌 어디에도 “고종이 정관헌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茶)를 마시던 곳’으로만 언급될 뿐입니다

🏚 일제강점기와 현대의 오용

정관헌이 ‘카페’처럼 알려진 결정적 계기는 일제강점기였습니다.

  1. 1930년대 덕수궁 공원화
    1933년, 일제가 덕수궁을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정관헌의 사방 벽을 헐어냈고, 사람들은 마치 야외 카페처럼 이곳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 현대의 커피 행사
    최근에는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가 정관헌에서 커피 체험 행사를 후원하며 ‘카페 공간’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20세기 중후반 이후의 변화일 뿐, 고종 시대와는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 진짜 고종의 커피 여정

  • 러시아 공사관(1896)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처음 커피를 맛본 장소.
  • 손탁호텔 다방(1902)
    정동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다방으로, 왕실·외교관 등이 드나들며 커피 문화를 즐겼습니다.

이 두 곳이야말로 고종의 커피 여정에서 실증된 장소들입니다. 정관헌은, 커피와는 본래 무관한 ‘어진 봉안소’였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야겠습니다.


✍️ 마무리: 역사와 커피 사이

한 잔의 커피가 고종이라는 인물과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 로맨틱한 상상이 때로는 ‘역사적 팩트’를 가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사 속 공간의 원래 의미를 살펴볼 때, 우리는 진짜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마주할 수 있죠.

다음 번 덕수궁을 찾으실 때에는, 정관헌을 ‘커피하우스’가 아닌 ‘왕실의 신성한 공간’으로 다시 한번 바라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면 망국의 상징이라 불렸던 대한제국의 숨겨진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참고문헌

  • “오히려 정관헌은 고종이 커피를 마신 공간이 아니라 … 어진을 모시고 제례를 지낸 신성한 곳” 
  • “정관헌은 ‘카페’ 아냐…1900년 건립된 양관, 잘못 알려진 커피 공간” 
728x90
반응형

댓글